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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아내와 떠난 서유럽 여행, 런던을 가다(2)

by 이류음주가무 2013. 6. 5.

4월 24일(수). 아침이 밝았다. 밝았다기보다는 뒤척이다가 한계를 느껴 일어났다. 와이파이도 제대로 되자 않아 결국 1일 1만원 데이터무제한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여행기간 내내 사용하기에 불편함은 마찬가지였다. 

아내랑 호텔주변을 산보했다. 서늘한 공기가 찌뿌듯한 몸을 상쾌하게 해줬다. 최근에 읽었던 김명인 교수의 런던일기 내면 산책자의 시간을 보면 런던 날씨는 이러지는 않았는데 하늘은 높고 파랗다. 우산은 필요 없을 듯했다. 공항에서 10분 떨어진 곳이 숙소라더니 활주로 옆이다. 이착륙하는 여객기가 정말 크게 보인다. 간밤에도 계속 이착륙했텐데 호텔의 방음은 완벽했다.

 

 
아침 7시 호텔조식. 동유럽처럼 서유럽 음식도 입에 잘 맞는다. 모두 맛있게 먹었다. 8시 40분 런던 투어버스에 올랐다. 런던 서쪽 끝에서 템즈강을 따라 동쪽 끝으로 이동해 투어를 시작한단다. 런던의 시가지 모습은 잔잔했고, 고풍스럽다.  

 

우뚝우뚝 높게 세워진 현대적인 도심의 건축물이 빼곡한 우리와 사뭇 다르다. 길가에 인접해 있는 주택에서는 소음문제로 민원제기는 절대 안한단다. 차리라 피해서 스스로 이사를 가는 게 그들의 인식이란다.  
 
템즈강의 런던타워오브브릿지(가동교)

 

런던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여럿 있지만 '런던브릿지'도 그 하나다. 어렵게 투어버스를 주차 후 서둘러 발걸음을 이동했다. 드디어 나타난 '런던브릿지'  대형선박이 지나갈 때면 다리가 위로 열린다 하는데, 가이드는 얼른 사진을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며 재촉이 여간아니다.  

 

 

 

 

템즈강 변에는 버스를 타고 지나온 런던의 거리에서는 보지 못한 초현대식 건물과 공사 중인 건물이 많이 보인다. 옆 건물은 바로 런던시청. 건물에 37º의 의미는 건강 체온은 인체온도 36.5º보다 0.5º 높은 37º라는 의미라나. 결국 사진만 찍고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시계탑 빅벤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웨스트민스터사원

 

다음은 시계탑 빅벤과 국회의사당이다. 1859년에 완성된 빅벤(당시 공사를 담당했던 벤저민 홀경의 이름을 따서 종탑시계의 명칭을 정함)은 높이가 무려 97m이고, 분침의 길이는 4m나 된단다. 너무 커 오차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지만, 영국인은 빅벤의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출 만큼 정확하단다.  

 

팔러먼트 광장을 둘러싸고 빅벤, 국회의사당,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높은 고딕양식의 중세교회 웨스트민스터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웨스트 민스터사원은 영국 왕과 여왕들의 웅장하고 화려한 대관식이 펼쳐지는 장소로 유명하단다. 왕족의 결혼식, 장례식도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역대 영국의 왕과 여왕, 정치가, 작가, 음악가, 기사, 배우, 왕족 등 3,000명이 넘는 이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팔러먼트 광장에는 유명인물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넬슨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도 한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

    

영국여왕의 거처 버킹검궁

 

현지가이드 양 선생이 “할머니께서 어디쯤 왔냐. 빨리 오라”고 전화하셨단다. 할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빨리 버킹검궁으로 가야 한다는 가이드의 재치에 모두들 웃는다. 

 

버킹검궁 앞 광장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정말 복잡하다. 가이드는 또 소매치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마침 근위병 교대식이 예정돼 있어 관광객은 궁 문 쪽을 향해 시선이 집중됐다. 우리 일행도 자리를 잡고 빨간 옷에 검은 곰털 모자를 쓴 근위병의 행렬을 기다렸다. 빨간 군복에 커다란 검은 모자를 근위병 교대식은 1~2일에 한 번 씩 오전 11시30분경 열린다 하는데, 그 시간을 놓칠까봐 재촉한 것이다.  

 

 

 

군악대 소리가 들리면서 근위병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병정인형들이 줄맞춰 지나가는 듯했다. 근위병의 검은색 곰털 모자는 1815년 워털루전쟁에서 영국 근위보병이 곰털 모자를 쓰고 있던 나폴레옹의 황제 근위보병을 격파한 공로로 영국 근위병들도 쓰도록 허락했다는데, 통풍이 안 돼 상당히 덥단다. 한때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로 근위병 곰털 모자를 인조 곰털 모자로 바꾼다는 얘기가 있었다는데, 200여년 동안 지켜온 전통을 고수하고자 반대했단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궁 안에 계시면 여왕의 깃발인 로열스탠다드 깃발이 펄럭인다는데, 영국국기 유니언잭이 나부끼는 걸 보니 부재중인 듯.

 
점심은 영국 현지식..  로스트비프

 

스프는 야채를 넣고 끓인 국, 얇은 비프스테이크,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맥주. 우리 입맛과는 다르지만, 현지의 음식을 즐겨보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다 비웠다. 먹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또 비행기가 날아간다. 아니 날아온다.

 

 

 

세계3대 박물관 대영박물관 그리고 한국관

점심식사 후 세계 3대 박물관(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바티칸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을 찾았다. 대영박물관은 19세기에 파르테논 신전을 본 떠 건축했는데, 영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 중 하나로, 전성기의 그리스 문화와 고대 이집트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대영박물관에서 놓치면 안 되는 유명한 유물로 로제타스톤이 있다. 로제타스톤은 1799년 나폴레옹이 이집트로 원정 나갔을 때 이집트북부 로제타마을에서 발견된 비석이라는데, 여기에 새겨진 문자들이 고대 이집트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매우 소중하게 보관, 관리되고 있다. 돌의 표면에 3단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언어가 새겨져 있는데, 상단 14행은 성각문자, 중단 32행은 디모틱(고대 이집트 민중문자), 하단 54행은 그리스문자라고 한다. 이것은 발견당시에는 해석이 불가했는데, 이후 어학의 천재라 불렸던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1790년~1832년)에 의해 해독이 되었다하는데, 그 내용은 혼란스러운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고 왕권의 안정에 기여한 사제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그들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이란다. 

로제타스톤이 전사된 도자기 컵이 나름 여행의 의미도 있고 실용성도 있어 기념품으로 구입하려 했지만 아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내 의사를 접었다. 이후 내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대영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파르테논 신전관이다. 이곳의 동상 대부분이 신체 주요부분이 훼손돼 있는데 전쟁에서 이기면 그 지역의 신전의 동상들을 훼손시키곤 했단다.   

2000년 11월 한/영 수교 200주년을 기념해 대영박물관 안에 396.72㎡ 규모의 한국관이 신설됐다. 구석기 유물부터 탱화, 청자, 백자, 불상, 회화작품 등 조선 후기 미술품 그리고 가구와 생활용품까지 갖춘 사랑채으로 구성돼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주로 한국인 관광객이 찾는다니 안타깝다. 

잠시 런던 시내 면세점을 들어갔지만, 여행 첫날이라서 딱히 살게 없는듯했다. 그냥 런던 시내를 조금 더 자유롭게 구경하기로 하고 천천히 인근을 돌았다. 사람들 참 많다.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갔다

 

하루 동안 열심히 안내해준 현지가이드와 작별하고 저녁 7시 유로스타를 이용해 파리로 이동한다. 런던 세인트 파크라스역 대합실 내에서 나눠준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앉아 있는 모습이 모두 지쳐 보였다. 그러나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져갔다.    

 

 

파리 행 유로스타를 탔다. 어둡다보니 밖은 불빛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서로 어깨에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있었다. 우리는 반대로 가게끔 앉는 자리였다. 난 괜찮았지만 아내는 불편한가보다. 1994년 완공되었다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을 지나, 프랑스 시간(영국과 1시간 시차)으로 약 10시반경 파리북역에 도착했다.
 
파리 북역의 뒷골목은 생각보다 지저분했다. 하루 종일 런던을 휘젓고 다녔고, 유로스타를 3시간 이상이나 타고 왔으니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둘째 날은 파리의 Best Western 호텔에 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