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 그 기억을 담아

아내와 떠난 서유럽 여행, 밀라노에서 로마로

by 이류의하루 2013. 7. 2.

4.28.(일).

밀라노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 늦게 숙소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한 잔하고 잤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상쾌했다. 아침은 호텔 뷔페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 볼 때 음식에 성의가 없어보였지만 원래 그렇단다. 그래도 먹을 건 먹고 마실 건 마셨다. 

 

 

밀라노 호텔 주변 풍경이 한가롭다. 피사의 낮 기온이 20도를 넘는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옷차림은 가볍게 했다. 어제는 겨울에서 출발했지만 오늘은 늦봄으로 시작했다. 아침은 밀라노에서, 점심은 피사에서, 저녁은 로마에서가 오늘 일정이다. 바쁘다.

 

투어버스는 밀라노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토스카나 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피사를 향해 달렸다. 드넓은 평야지대에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이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와는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피사에 도착했을 때 점심시간 지났음을 모두의 표정에서 나타났다. 주차장에 내려 빨간색 셔틀버스를 이용해 피사의 사탑 근처까지 이동했다. 잡상인이 여기저기서 알아듣지 못할 말로 흥정하지만, 대꾸하지 말라는 가이드의 조언에 따라 갈 길을 갔다. 이탈리아는 집시를 비롯해 소매치기가 특히 많다니 더욱 조심하면서 피사의 두오모 성당 입구에 도착했다.   

 

 

성곽을 따라 들어가니 너무도 익숙한 건축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피사의 사탑이다. 광장에는 벌써 피부색이 다른,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마차나 간이열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우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당을 찾았다. 기념품 가게를 통과해 들어가니 야외에 테이블이 놓여있는 레스토랑이 나왔다. 점심메뉴는 현지식으로 파스타, 치킨, 감자, 샐러드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다. 여기서도 와인을 한 잔 씩 음미했다. 나는 예외로 늘 두 잔 이상이다.

 

 

 

 

 

 

점심도 먹었고 기념품도 하나 샀고 관광과 사진을 찍을 차례다.

 

피사의 두오모 성당도 역시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처럼 서쪽에 출입구가 있고 동쪽에 제단이 있단다. 성당 건물의 동편에 종탑이 있는데, 이 종탑이 기울어져 있어서 피사에 위치한 기울어져있는 종탑이라는 의미로 '피사의 사탑'이라는 별칭을 얻었단다. 성당건물 서편에 위치한 돔형 건물은 세례당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진 종탑은 둥근 원통형의 8층탑으로 최대높이가 58.36m다. 내부에는 294개의 나선형 계단이 있어 종탑위에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은 하루 30명으로 제한한다나. 

피사의 사탑은 1173년 착공, 1372년까지 약 200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됐단다. 1173년부터 1178년까지 1차 공사 후 지반 토질의 불균형에 의해 기울어짐이 발견됐단다. 그 후 2차 공사에서 이를 수정해 다시 건설했으나 기울어지기는 계속됐단다. 1990년에 이탈리아 정부가 이 경사각을 수정하기 위한 보수공사를 착수해 약 10년에 걸쳐 진행한 결과 기울어짐 현상이 5.5º에서 멈춘 상태란다.

 

우리가 한번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워볼까? 힘을 쓴다. 누구는 손으로 누구는 머리를 댄다. 다양한 포즈로 피사의 사탑을 더 기울게 하려는, 세워 보려는 자세가 참 재미있다. 여행의 묘미다. 여기선 누구나 그랬다. 

 

 

 

 

피사의 두오모 성당은 1063년 피사가 팔레르모 해전에서 사라센의 함대를 격파 승리한 것을 기념해 건축가 G.부스케토의 설계로 착공, 1118년에 봉헌됐으나, 그 후 건축가 라이날도에 의해 돔을 얹혀놓고 증축해 13세기에 완성됐다. 하늘에서 보면 십자가 형태를 하고 있고, 그 교차부에 돔이 얹혀 져 있다 한다.

 

세례당은 음향효과를 위해 특별한 설계를 했단다. 아마 돔 형태가 울림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우리의 성당처럼 말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단다.

 

하늘에 떠있던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우두둑 소나기로 변했다.  

 

 

비를 피해 나무 밑으로 종종걸음이다. 아쉽지만 피사의 사탑을 뒤로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젠 로마다. 피사에서 로마까지는 지중해 해안도로를 따라서 남쪽으로 약 340Km 달렸다. 약 3시간 30분정도 걸린다니 차창 밖이나 눈요기를 해야겠다.  

 

 

로마 가는 길에 오드리햅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을 시청했다. TV를 통해서 건성건성 여러 번 봤던 영화였지만 버스 안에서 온전히 본 것 같다.

 

저녁은 한국식당에서 준비한 불고기와 쌈, 그리고 된장찌개다. 몰래 소주 한 잔 씩을 물인 양 물처럼 마셨다. 금지돼 있다는데 식당주인은 알고도 눈을 감고 있겠지 생각하며 목으로 넘겼다.

 

로마 외곽에 자리한 Enea Hotel Pomezia에 여장을 풀었다.  

 

장장 7~8시간을 밀라노부터 로마까지 내려왔으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틀 밤을 묵게 될 숙소이니만큼 그동안 밀린 빨래도 서둘러 했다. 그리고 로비에 모여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나보고 주문하란다. 말이 되냐. 겨우 손짓발짓 해 맥주를 열 두병을 주문했다. 웨이터가 뭐라고 말했다. 나도 말했다. 믹스(mix)!!!. 그랬더니 세 종류의 맥주를 네 병씩 가져왔다. ㅋㅋㅋ  그렇게 해서 여섯 부부의 열 두 명은 로마에서 첫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