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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양평 마라톤대회 참석 후 사나사를 갔더니......

by 이류음주가무 2011. 5. 30.

마라톤 대회 참석 차 양평 강상공원에 갔다. 
강이 있어 도시가 더 푸른 곳이다. 

<경인일보 캡쳐>
오늘따라 아침부터 무척 더웠다.

강인데도 그 건너에서 오는 바람은 없었다. 
달렸지만 금방 지쳤다. 그림자와 최대한 간격을 벌릴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내 그림자와 가로수 그림자는 계속 일정하게 나를 따라 다니며 또한 나를 괴롭혔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고, 태양이 등 뒤에서 내가 가는 속도로 일정하게 뒤 따라와 내 몸은 쉼없이 달려야 했다.

<경인일보 캡쳐>

동적인 움직임에도 바람은 간섭하지 않았다. 바람이 없었다. 태양만 빛나고 있었다. 런너들의 땀 방울이 유독 빛나는 이유가 그래서였다. 간간히 동료들이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힘겨운게 이들 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렇게 보였다.

<경인일보 캡쳐>

응원하는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구었지만 난 지쳤기에 그 흥을 내 몸의 흥으로 받아들이기엔 벅찼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감사드렸고, 몇 발자국은 힘이 솟았다.

그렇지만 거기까
였다. 시계는 한 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줬다. 일 이분이 늦더라도 지나치게 나를 괴롭힐 이유는 사라졌다. 더이상 내 몸을 내몰지 않았다. 내 몸도 내게 불평은 없었다.  

 
그리고 거기 강이 보였다.
출발점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메달을 걸고, 시원한 물을 마시며, 내 몸의 열을 식혔다. 칲을 반납하고, 빵과 음료수를 받았다. 그러나 몸은 더 허기졌다. 맥주 시음하는 곳으로 갔다. 작은 컵에 기업은 큰 마음을 담았다지만 내 지친 몸은 오백cc도 되지 않는 양을 턱 없이 부족해 했다. 순두부 한그릇을 먹고 나니 그제서야 작은 행복이 찾아왔다.


달리고 난 뒤의 행복은 달려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다.
때론 목숨까지도 걸지 않는가....


가까운 사나사 계곡으로 갔다.


점심을 예약한 곳으로 청정한 계곡 물이 유명한 곳이다. 

 


계곡이 있어 시원했고, 
점심까지는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 했다. 함께 사나사로 걸어갔다. 그 길은 초록으로 덮였있다. 사람도 초록이고 물도 초록이고, 꽃도 초록이다. 초록의 계절 사나사는 초록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어 갔다.


용문산 사나사 절문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바람불면 넘어질듯 했다. 
받침대가 없었다면 이미 넘어졌을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의 받침대가 있어서 이렇게 살면서 달리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그리고 누구군가를 위해 받침대가 되고 있는지도... ... 

사나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왔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왔
고, 거기서 잠시 계곡의 물소리와 사나사의 고요함을 귀와 눈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절의 뒷편 풍경은 산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인간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무욕을 즐기라고 잔잔히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서 기도하는 이의 간절함은 사나사 뒷편 산의 초록처럼 깊어 보였다. 


도량을 느낀 후 내려오는 데 서양채송화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끌었다.  


서양채송화가 부처이고 보살처럼 보였다. 아, 서양 채송화라니! 
되돌아오는 길, 계곡의 물은 더욱 시원하게 초록 사이를 흘러갔다. 꽃은 피었고 새들은 울었다. 노래했다. 


식당에 앉기 전 계곡에 발을 담갔다. 세속의 구린 내, 답답함을 씻기에 충분한 양이었고, 흐름이었고, 청정함이었고, 그 온도 또한 같았다.  


소리처럼 시원했다
. 혹사했던 흰 발은 움츠려 들면서 다시 젊어졌다.  
또 다시 달리기를 원하는 듯 했다. 나는 그게 싫지는 않았다.


마주앉아 잔은 술로 채워지고, 몸속으로 스면든 알코올은 동료들을 자꾸만 친구로 만들었다.


 동료들은 그렇게 서로를 친구로 만들면서 오후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