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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책방을 찾아가다

[여주카페] 도자기 카페, '이도카페'를 가다

by 이류음주가무 2020. 6. 18.

 

카페를 가다

퇴직 후 희망사항 중 하나는 시골에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일이었다. 카페 종업원이라도, 알바라고 하고 싶었다. 나이 60을 넘어 도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다. 아들과 딸이 하는 말이 그렇게 좋으면 직접 운영하지 말고 매일 가서 즐기고 놀다가 오란다. 퇴직금 날릴 위험이 있어서다. 공직자로 30여 년 이상을 봉직했으니 시장이나, 자본주의 속성의 몰이해로 퇴직금 날릴 가능성이 다분해서다.  

내가 꿈꾸는 카페는 이렇다. 

도심과 약간 떨어진 한적한 장소여야 한다.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 구조가 좋다. 건물 높이는 최소 3.6m 이상은 돼야 한다. 파노라마 프레임으로 통창을 설치한다. 창을 중심으로 내부 테이블과 외부 화분대로 연결한다. 건물 외벽은 흰색이나 파스텔톤으로 3색 이내로 칠한다. 외벽이 영화 상영관처럼 스크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건물 내부는 책과 사진, 도자기 등으로 꾸민다. 그동안 보관하고 구입해둔 책 모두를 비치한다. 시집 공간. 소설 공간, 에세이 공간, 예술 공간, 인문학 공간, 어린이 책 공간, 그림책 공간 등으로 세분한다. 높은 공간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걸어 놓는다. 사진은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누군가 구매 의사가 있다면 저렴하게 판매도 가능하다. 도자기로도 여기저기 장식을 할 계획이다. 손님이 요구하면 음료를 도자기에 담아 제공할 수도 있다. 메뉴는 크게 4종류로 구분한다. 커피, 전통차, 과일음료, 다과류 등으로 제한한다. 종류별 3가지 이내로 제공하며, 계절에 따라 다양성을 준다. 

특히 조금 보탠다면 수제 맥주를 판매하고 싶다. 수제 맥주 공부를 약간 했으며, 뭔 자격증까지 있기는 하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카페는 세심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루 손님 목표는 20명 이내로 20잔 정도 판매한다. 카페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휴무일은 늘 문을 닫아둔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 찾아와 공간을 활용한다면 제공하겠다. 다시 꿈을 꿀 지 나도 모른다. 알고 사는 인생은 없다. 다가오는 미래도 마찬가지다. 인생도 그렇다. 누구나 그렇다. 

오늘부터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무엇이 흡족한 지 느낌을 기록하기로 했다. 맛집과 마찬가지로 기준은 온전히 나의 독단이고 취향이다. 누군가는 방문해서 불편했을 때가 있었을 테고, 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적으로 나의 기준임을 미리 밝혀 둔다. 내 주관적인 독단의 기준에 어긋난 카페는 절대 흉을 보지 않겠다.

첫 번째 카페는 이도 세라믹 스튜디오 내 <이도 카페>다.    

<이도카페>는 시골 촌 구석에 있다. 작심하고 찾아가야 한다. 특히 도자기를 좋아한다면 금상첨화다. 내 기준으로는 도자기 직영 할인매장에 더부살이하는 카페다. 그래도 좋다. 언덕 위 건물 앞에 당도하면 건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균형 잡히고 군더더기 없는 건물 형태가 그의 생활 자기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여주와 이천은 도자기와 쌀로 유명한 도시다. 도자기와 쌀을 대상으로 경쟁하기도 한다, 여주는 '대왕님표 여주쌀', 이천은 '임금님표 이천쌀' 하고 말이다. 물론 그 판단은 소비자의 온전한 몫이다. 흔히 이천은 작품성을 따지고, 여주는 생활의 편리함, 대중성을 추구한다고 회자된다. 하지만 구분은 모호하고 유의미하게 구분할 일도 아니다. 여주에서도 '흙내가마 박재국 작가'처럼 예술성까지 겸비한 뛰어난 작가가 많다.

 

생활자기라 해서 모두 예술성이나 작품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생활자기도 내 취향에 맞으면 그 생활 자기에서 예술성을 찾을 수 있다. 나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세밀히, 촘촘히, 자세히 바라봄이 매우 중요하다.

 

이도란 말은 '이유신'의 '도자기'에서 앞말을 따 만든 이름이다. 어느 백화점에 이도 도자기 판매점이 있어서 '이천'에서 생산된 '도자기'의 이도인 줄 알았다. 그 이도가 여주에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자기를 만드는 이유신의 고집과 열정이 부럽고 또 존경스럽다.

 

그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모두 그릇 안에 담겨 있다'라고 주장하며 그릇을 만드는 여자다. 그가 만든 그릇 전시장에 <이도 카페>가 있다. 넓은 공간 안에 특별하게 디스플레이된 도자기를 보면 당장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솟구치는 카페다. 

 

긴 탁자에 앉아 우선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당연히 아메리카노다. 그것도 봄여름가을겨울 항상 아이스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직영 할인매장을 둘러본다. 사진을 찍기 좋게 세팅된 생활 도자기에서 편리성만이 아니라 예술성도 느껴진다. 이도 도자기의 장점이고 매력이다. 한마디로 '아. 름. 답. 다.'

 

예술은 흔히 미를 추구한다고 한다. 현대 예술에 있어서 그 의미는 많이 퇴색했지만 아름다움이 아직까지도 예술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관람자는 주변에 많다. 

 

분주한 시간이 지나고, 여기저기 둘러 보고 한 두개 구입해야지 하고 살펴볼 때 커피가 나온다.

 

잔이 아름답다. 그가 만든 잔, 아내가 마시는 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립감도 좋다. 잔 안에 커피는 쉽게 식지 않으며, 또 오랫동안 시원함도 유지한다.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잔에 대한, 식기에 대한 궁금증이 핫한 커피의 김처럼 피어오른다. 마시던 잔을 잠깐 탁자에 내려놓고, 또 잔을 구경하고 식기를 감상한다.

 

실내(상설 할인매장)가 답답하다면 밖으로 나가 차를 마셔도 좋다.

 

건물 뒤편에 넓은 잔디 운동장(야외 공연장)이 있다. 산책하며 차를 마셔도 좋고, 그늘 아래 앉아 마셔도 좋다. 다행히 주변에 축사 등이 없어서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시골 풍경도 다가온다. 

 


'무엇을 먹을까'가 우선일 때가 있었다. 배고픈 시절이다. 그러나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없는 지금은 '어디에 담을까'가 중요하다.

 

'소소한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비밀은 그릇과 밥상에 있다'는 이유신의 주장은 그래서 지금 가슴에 닿는다. '예쁜 그릇은 찬장에 모셔 두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음식을 담을 때 진정 빛나는 보물이다'라고 하는 이도 도자기의 모토. 커피 한 잔의 '잔'에도 특별한 의미를 찾는다면, 잔 하나에도 나의 자존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도카페>를 찾아라. 카페가 예술이고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우리 생애에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날은 내일이 아니다. 바로 오늘이다.

 

매일매일 선물처럼 우리 앞에 펼쳐지는 특별하면서도 소소한 일상,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우리 앞에 놓인 그릇의 소중함을 <이도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느껴보자.

 


주소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가정리 86-2번지 이도세라믹스튜디오
휴관 매주 일요일
전화 031-881-5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