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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이천구경]이천, 걷기좋은 둘레길을 걸어보니 이름 모를 새들이......

by 이류음주가무 2013. 11. 16.

제법 쌀쌀합니다.

 

못내 아쉬운 낙엽은 수직낙하 대신 지그재그 바람타고 날리며 아직은 조금이라도 공간 위에 있고 싶어하는 계절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길 위에 비단처럼 깔린 상수리나무 잎은 작고 부드러워 존재 자체가 미미하지만 이 공간의 주인공입니다.  

 

마른 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조그만 울림에도 제몸의 몇 배만큼 아프게 흔들립니다.      

 

여느 단풍처럼 노랗게 붉게 물들기 전이 푸른 잎새 그대 말라 오동나무 가지에서 손을 높은 잎은 사각사각 소리 만 크게 날뿐입니다. 잎 하나 없는 나무는 높고 푸른 하늘에 직선을 긋습니다.      

 

깊은 산에는 규모가 미약하지만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자작나무 숲이 반깁니다.

겨울이 오면 더 추을텐데 하얀 나목 그대로 햇볓과 찬바람에 몸을 맏깁니다. 

그래도 소나무는 늘 푸르고 풍성하며 자태 또한 위풍당당합니다. 

산 정상으로 향한 상수리나무의 욕망은 이내 한풀 꺽이겠지만 그 용기는 가상합니다.     

 

곳곳에 여름 폭우가 휩쓸고 간 골짜기는 마른 계곡으로 변해 넓어졌고,

뿌리 채 뽑힌 나무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위태롭게 걸쳐 있는 곳에 위험 표지판이 그 상처를 기억합니다.

 

그래도 산새는 노래하고 비상합니다.

바람은 불어 낙엽과 뒹굴고,  햇살은 이마와 목 둘레는 송글송글 돋은 땀방울을 천천히 말려줍니다. 

 

 

 

 

 

가던 길 조금  벼켜 산으로 들어가 이천시내를 바라보니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좋기도 하여라 합니다.

시선은 끊임없이 피사체를 찾아 이리저리 먼곳에서 가가운 곳으로 오갑니다. 

 

그렇게 세 시간을 걷고 쉬고 바라보고 느끼고 마시다보니 목적지입니다.

빈 집 옆 모과나무에 달린 열매가 다소 위태위태하지만 아래서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적지않습니다. 

 

한여름의 불볕더위, 늦가을의 청명한 햇볕을 품었던 산수유열매는 올망졸망 붉고 탱탱하게 지나가는 이들을 끊임없이 눈짓으로 유혹합니다. 

 

 

원적산 아래 건기좋은 둘레길은 또 다시 사람사는 마을로 향합니다. 

 

동원대 아래 원적산 임도를 따라 가보세요.

힘들면 중간에 남정리나 도암리로 내려 올 수도 있고 넉넉하다면 영원사까지 가는 길도 좋습니다.

완만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 중간중간 포장됐지만 걷기에 더 없이 편리합니다.

 

목적지인 산수유마을에는 붉고 탱탱한 산수유열매가 올망졸망 달린 모습이 장관입니다.

오늘(11월 16일)부터 내일(11월 17일)까지는 '제2회 백사산수유가을잔치'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