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합니다.
못내 아쉬운 낙엽은 수직낙하 대신 지그재그 바람타고 날리며 아직은 조금이라도 공간 위에 있고 싶어하는 계절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길 위에 비단처럼 깔린 상수리나무 잎은 작고 부드러워 존재 자체가 미미하지만 이 공간의 주인공입니다.
마른 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조그만 울림에도 제몸의 몇 배만큼 아프게 흔들립니다.
여느 단풍처럼 노랗게 붉게 물들기 전이 푸른 잎새 그대 말라 오동나무 가지에서 손을 높은 잎은 사각사각 소리 만 크게 날뿐입니다. 잎 하나 없는 나무는 높고 푸른 하늘에 직선을 긋습니다.
깊은 산에는 규모가 미약하지만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자작나무 숲이 반깁니다.
겨울이 오면 더 추을텐데 하얀 나목 그대로 햇볓과 찬바람에 몸을 맏깁니다.
그래도 소나무는 늘 푸르고 풍성하며 자태 또한 위풍당당합니다.
산 정상으로 향한 상수리나무의 욕망은 이내 한풀 꺽이겠지만 그 용기는 가상합니다.
곳곳에 여름 폭우가 휩쓸고 간 골짜기는 마른 계곡으로 변해 넓어졌고,
뿌리 채 뽑힌 나무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위태롭게 걸쳐 있는 곳에 위험 표지판이 그 상처를 기억합니다.
그래도 산새는 노래하고 비상합니다.
바람은 불어 낙엽과 뒹굴고, 햇살은 이마와 목 둘레는 송글송글 돋은 땀방울을 천천히 말려줍니다.
가던 길 조금 벼켜 산으로 들어가 이천시내를 바라보니
내가 사는 곳이 이런 곳이구나 좋기도 하여라 합니다.
시선은 끊임없이 피사체를 찾아 이리저리 먼곳에서 가가운 곳으로 오갑니다.
그렇게 세 시간을 걷고 쉬고 바라보고 느끼고 마시다보니 목적지입니다.
빈 집 옆 모과나무에 달린 열매가 다소 위태위태하지만 아래서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적지않습니다.
한여름의 불볕더위, 늦가을의 청명한 햇볕을 품었던 산수유열매는 올망졸망 붉고 탱탱하게 지나가는 이들을 끊임없이 눈짓으로 유혹합니다.
원적산 아래 건기좋은 둘레길은 또 다시 사람사는 마을로 향합니다.
동원대 아래 원적산 임도를 따라 가보세요.
힘들면 중간에 남정리나 도암리로 내려 올 수도 있고 넉넉하다면 영원사까지 가는 길도 좋습니다.
완만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 중간중간 포장됐지만 걷기에 더 없이 편리합니다.
목적지인 산수유마을에는 붉고 탱탱한 산수유열매가 올망졸망 달린 모습이 장관입니다.
오늘(11월 16일)부터 내일(11월 17일)까지는 '제2회 백사산수유가을잔치'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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