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손 맛을 잃어버리신 지 몇 년이 돼 마음이 아픈데요. 맛났던 김치만두는 지금은 정성만 가득하지 오십년을 이어온 어머니의 손 맛은 느끼지 못하는 만두가 됐지요. 연세 만큼이나 오랜 세월 빚어왔던 김치만두는 그래서 어느날 문득 막내의 밥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만두집을 찾을 때마다 어머니께서 빚었던 김치만두냐 아니냐가 이젠 선택의 기준이 됐죠. 돼지 비계가 조금 섞여 있으면 더욱 좋은 만두로 생각하고 검색하지만 사실 만두에 비계를 섞어 빚는 맛집은 없더군요.
이천에서는 온정(만두집)이란 맛집이 그나마 어머니가 빚어온 김치만두와 맛이 비슷해 자주 찾는데요. 오늘은 그 온정과 비교되는 장할머닡칼국수집의 김치만두가 또한 만만치 않아 소개하려고요.
장할머니칼국수집은 창전동 시장골목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찾기가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이천시청에서도 몇 팀씩 찾아가는 곳이니 만두 맛은 일단 이천시가 보증한 셈이 되겠죠. 이천맛집입니다.
만두를 좋아해 먹을 때마다 눈치를 보는데 여기서는 조금 심하게 보죠. 만두를 적게 먹는 직원이 같이 갔으면 그 식탁에 앉지요. 한 두개 적게 먹는 여직원을 처다보고 있으면 '만두 더들릴까요 팀장님'하고 단박에 호의아닌 호의가 날아오게 하고요. 맛있는 만두를 앞에 두고 무슨 체면을 차리겠습니까, 아랫 배가 나오는 게 두렵다고 사양하겠습니까. 결국 다른 직원보다 두 배는 먹는 만두집이 바로 장할머니칼국수집의 만두랍니다.
장할머니칼국수집의 사장님은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장금이'집으로 약칭해 부르곤 하는데요. 할머니 성함이 묘하게도 장금희 여사이시거든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불려지죠.
동치미가 먼저 나오는데요. 고추 한 두개가 맛있게 얹혀있어 이놈부터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 국물을 한술 떠 먹으면 속은 금방 시원해지면서 만두가 들어갈 통로를 깔끔히 터놓지요.
곧 이어 떡만두국이 나옵니다.
손수 만드는 장할머니집 만두와 만두속은 수십년 동안 어머니께서 만들었던 것과 흡사하더군요. 김장김치(?), 두부, 잡채 등등 속은 물론이고 만두피도 아기피부처럼 아주 부드럽죠. 간혹 터진 만두가 나오지만 그 터진 만두속이 국물과 잘 어우러져 맛은 한층 진해지면서 입속을 더욱 복잡 미묘하게 흔들지요.
그리고 만두국물은 호박이나 당근, 파 등을 잘게 썰어 맛을 내서 그런지 할머니의 속 깊고 따듯한 정이 들어간 것처럼 깊고 오래 가는 느낌이 나고요. 그러니 전날 기억을 상실할 정도로 과음했다해도 이곳에서 한그릇을 비우면 전날 기억이 바로 고스란히 신기하게도 되살아나는(?) 장할머니칼국수집. ㅋㅋㅋ
떡도 부드럽고 쫀득해 먹기좋아 부담없이 찾는 만두맛집 최고지요. 두 내외분이 운영하다보니 만두가격도 착한 측에 속합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주차장이 별도로 없다는 것인데요. 도로에 잠깐 세워둔다고 딱지를 붙이는 장소는 아니니 걱정마시고 가족과 방문해보세요. 그러면 할머니께서 당신의 아들이나 손자에게 만들어 주는 듯한 정성이 가득하고 손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만두를 맛 볼 수 있을테니까요.
주소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415-12
예약문의 031-631-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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