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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맛집, 그 맛집

[이천맛집]향토골, 천만원 호가하는 주병으로 막거리를 마신다?

by 이류음주가무 2012. 12. 14.

제법 많은 눈이 내린 며칠 전입니다.

폭설이라고 호들갑을 떨었고, 실제로 접촉사고 등도 많이 발생했지요. 오분이면 갈 곳도 한 시간씩이나 걸리는 등 자연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경험하는 친절함(?)까지 베풀더군요.    

연말이라 그런지 오히려 주당들은 술 한 잔 더 마시기 위한 호재로 활용하는 용감함까지 보여줬고요. 오늘은 눈 오는 날, 비오는 날 가면 어울리는 술 집 하나를 소개하려고요. 술 집이라기보다는 토속음식점이라고 해야 맞는데요. 종종 이 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저로서는 술 집이 더 어울리죠.

 

물론 청국장이든가 보리밥도 시청직원들에겐 인기가 있긴합니다. 

바로 설봉공원 입구에 있는 '향토골'이란 이천맛집인데요. 

한 때는 금요일만 되면 막걸리를 마시는 날로 정해 놓고, 동료 직원이나 지인들과 이 집에서 막걸리를 마셨지요. 다른 술 집과 마찬가지로 향토골에서도 양은 막걸리 주전자로 손님을 맞이하는데요. 몇 번 갔다가 주인장께 금요일마다 올테니 막걸리에는 도자기로 만든 주병이 제 격이니 준비 좀 해달라 부탁을 드렸죠.

 

다음에 방문했더니 감사하게도 정말 순백의 주병 하나를 구입해 놓았더군요. 

 

그렇게 맛있게 파전에 돼지두루치기, 감자전, 두부김치 등을 안주로 막거리를 마시다가 도자기를 만드는 한석봉 도예의 한 도현 작가와 이곳에서 저녁을 하게 됐지요. 그리고 부탁을 했지요. 한 작가의 주병 하나를 향토골에 기증하면 안되겠냐고요. 

바로 이 병이 한 작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부병인데요.

 

그후로 향토골에 올 때마다 주인장은 한도현 작가가 장작불로 빚어낸 매끈한 주병을 우리 앞에 내 놓거든요. 한 손으로 주병을 잡으면 시원한 동동주가 손길을 따라 가슴까지 느껴지지요.

 

술 잔도 한 작가가 직접 만든 다완, 사실 술을 부으면 술 잔이 되지만요. 그 술 잔도 몇 개 갖다 놨거든요. 그 잔에 가득 따르면 막걸리란 술 자체가 더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취기는 천천히 맑게 오르지요.  몇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더라도 대화 자체가 주병의 청아한 모습처럼, 술잔의 명징한 소리처럼, 즐겁고 웃음이 활짝핀 그런 분위기로 주욱 이어지는 향토골입니다.

 

물론 그런 분위기가 한 도현 작가의 주병과 술 잔에도 기인하지만 이 집만의 독특하고 자연스런 분위기가 또 한 몫한다고 볼 수 있지요.

산을 좋아하는 주인장은 가끔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살짝 데쳐서 안주거리로 서비스하기도 하니 막걸리 데이인 금요일이 기다려 지지요.

 

요즘이야 한겨울이다보니 그런 나물을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밑반찬으로는 산나물류는 빠지지 않고 나오니 좋아할 수밖에요.  

물론 가장 즐겨 먹은 안주는 매콤한 낚지볶음과 돼지두루치기, 그리고 아작아작 씹히는 감자전이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 매콤한 걸 좋아하잖아요. 저 역시 그렇고요. 오늘은 돼지두루치기와 입안에서 아작아작 씹히며 살살 녹는 감자전 등 두 가지를 주문했지요. ㅋㅋㅋ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태가 계속 이어질 수 없잖아요.

 

붉어진 얼굴로 나오면 설봉산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설봉산 위에 걸려 있던 햇님이 쓰다버린 쪽박의 반달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해지는 향토골의 밤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도 빛나지요. 

향토골에 가시면 꼭 말씀하세요. 막거리는 주병에 줄 수 없냐고요. 그것도 한도현 작가가 전통가마의 장작불로 탄생한 주병으로요. 한 일천만원은 호가하지요. 제 시선엔 그리 보입니다.ㅎㅎㅎ

 

자 이젠 한 잔 하시죠.

 

 

위치 이천시 관고동 499-2

전화 031-635-6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