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생일이어서 잠시 내려왔다.
생일선물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접 사라며 현금으로 이미 온라인 송금했다. 대신 먹고싶은 음식이 있냐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내 딴에는 신하리에 있는 '로뎀'의 피자나 그리고 양식집 등의 답변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군에 간 아들처럼 딸아이도 '순대국'이란다.
내가 잘 가는 순대국집이 이천에 몇 곳 있다. 백사 경사리의 장단토종순대, 신둔면 수광리 옛날토종순대, 중리동 남천공원의 용인순대, 신하리 무봉리순대,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이천맛집은 유산리토종순대집이다.
딸아이와는 같이 가보지 않은 '유산리토종순대국집'으로 정했다. 집사람도 이미 맛 본 집이라 흔쾌히 동의했다. 신하리에서 10여분 정도 걸리는 만큼 예약 전화를 했다. 시골순대국으로 10분 뒤에 셋이 간다고.
휴일(토요일)이라 그런지 빈 좌석이 두어 곳 보인다. 평일은 시청직원의 구내 식당처럼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이 순대국 나오길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는데 오늘은 없다.
깍뚜기와 김치, 그리고 마늘쫑과 양파가 나왔다. 김치와 깍뚜기는 국내산으로 주인이 직접 담근단다.
나야 여러차레 먹었지만 딸아이의 평가가 매우 궁금했다. 순대국이 나오자 딸아이는 숫가락으로 이리저리 저으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순대, 선지 그리고 내장과 뒷고기 등 고기붙이가 풍부하게 잠겨있다. 딸아이가 싫어하는 비게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사실 있다. 그런데 쫀득한 게 더 맛있다.
이윽고 국물을 맛 보는 딸아이에게 궁금한듯 조심스레 물었다.
"어때 따순아?"
잠시 침묵
"오 맛있어. 맛있어. 엄마 아빤 왜 이런델 나를 데리고 오지 않았어 대박......"
어렸을 때 고향에서는 돼지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선지국을 끓여 나눠먹곤 했다. 물론 씨레기에 뒷고기도 넣고 내장도 대충 씻어서 말이다. 그렇다고 그 먹을거리를 우리는 쉽게 맛 볼 수 없었다. 대부분 동네 어르신들의 차지였으니까. 겨우 한 국자를 바가지나 대접에 따라주면 호호 불며 허기진 배를 채워가며 먹었던 그 맛,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옛 맛, 우리 맛이다.
그때 돼지는 그집에서만 잡았다. 불만이었다. 우리 집에서도 잡는다면 나도 배부르게 맛볼 수 있겠다 싶어서다. 그래서 그 집 아들, 나의 친구가 무척 부러웠었다.
이젠 그런 맛을 언제나 손쉽게 부담 없이 접 할 수 있다. 바로 유산리토종 순대국집에서 말이다. 이곳 맛은 남녀 모두 같은 가보다. 젊은 사람이건 나이 든 사람이건 간에 말이다.
수원 여주를 동서로 달리는 42번 국도 변에 있으니 지나다가 출출하면 들리시라. 주차장도 부족하지 않다. 물론 밥은 이천쌀이다. 일요일은 쉬며,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위치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800-1(0314-636-7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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