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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아보니

[제주한달살이] 4일 차 / 미술관은 사전 예약하고, 오메기떡은?

by 이류의하루 2021. 4. 25.

[제주한달살이] 4일 차 / 미술관은 예약하고, 오메기떡은?

아침 6시에 기상해 7시에 해안가로 나갔지만 바람과 함께 미세 먼지가 아닌 미세 모래가 날렸다. 눈이 따가워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은 서귀포 시내에 있는 미술관을 여행하는 일정이다. 왈종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기당미술관이 관람 대상이다. 

 

9시에 아침을 먹고 해안도로를 따라서 서귀포 시내로 향했다. 해안가의 거친 파도가 장관이다. 삼킬 듯한 파도가 무섭기도 하다. 간혹 구름 사이로 유혹하는 빛 내림이 일품이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또 가다가 사진을 찍기를 반복하면서 해안가를 달렸다. 특히 ‘표선 해녀의 집’ 근처에 있는 해안가 파도는 눈부셨고, 또 높게 내리쳤다. 심지어 짠 내 나는 포말이 내 위로 내리쏟아지기까지 했다. 피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구경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30여 분이면 도착할 왈종 미술관에 이르니 한 시간 반이나 넘게 걸렸다. 바로 앞에 정방폭포가 있고 새섬, 문섬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이라 입장이 지연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직원이 나와 계산한다. 화장실이 급해 남자 화장실이 있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급한 일을 보고 나니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옥상 전시장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작가의 내밀한 작업실도 볼 수 있단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문은 열려 있었고, 새섬, 문섬 등 정방폭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보였다.

 

다양한 새나 물고기의 간결한 표정을 담은 조각 작품도 즐비하다. 색상도 원색을 사용해 강렬하다. 작품 옆에 의자를 설치해 작품과 셀카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미술관이 자리잡은 위치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2층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왈종 선생의 작품을 감상했다. 미술잡지 광고나 미술관 숍에서 왈종 선생의 작품 등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을 보기는 처음이다. 색감이나 형태, 소묘 등이 독특하다. 색감이 참 조화롭고 아름답다.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다. 심지어 천연덕스럽고 또 외설스럽기도 하지만 부끄러움이나 혐오감을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입가에 행복한 미소만 번진다. 

 

왈종 선생은 제주에서 ‘도대체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한 삶은 어디서 오는가만을 깊게 생각하며, 인간이란 세상에 태어나서 잠시 머물다 덧없이 지나가는 나그네’라며, ‘행복과 불행, 자유와 구속, 사랑과 고통, 외로움 등을 꽃과 새, 물고기, TV, 자동차, 동백꽃, 노루, 골프 등으로 표현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행복의 근원에 천착해 왔다는 작가의 소개 글조차 작품이 되어 있었다. 한 시간 넘게 홀로 미술관 전체를 독차지하면서 호사를 누린 후 아트숍의 문을 열었다. 엽서 7장을 구입했다. 11만 원 상당의 왈종 화집 등이 욕심이 났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미술관 밖으로 나섰다. 

 

한 시가 지났다. 허기가 밀려왔다. 이중섭미술관 주차장에 주차 후 미술관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예약제였다. 숙소에 pc가 있었다면 사전에 확인했을 텐데 하며 맛집을 찾았다.

 

돼지 국숫집이 있었다. '국수싸롱 김밥싸롱'이다. 평가도 나쁘지 않다. 돼지 국수를 주문했다. 손님은 없었지만, 벽면에 포스트잇은 가득 붙어있다. 국수가 나왔다. 고기와 같이 먹으려고 보니 머리카락 같은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검은 털 하나가 비죽 나와 있다. 흑돼지 털이다. 뽑아 버리고 먹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는 약간 질긴 듯했지만, 식감은 구수하고 나쁘지 않았다. 국수는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익었고, 국물은 칼칼했지만 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식사 후 이중섭 거리로 올라갔다. 바람은 서귀포 시내도 거셌고, 건축 중인 건물의 비계가 흔들릴 정도다. 거리에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열지 않은 가게는 많았다. 

 

이윽고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당도했다. 횡단보도를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규모가 예상외로 매우 크다고 느껴졌다. 인파는 많지 않았지만, 어느 가게 앞에는 많은 여행객이 줄을 서 있었다. 오메기떡, 콜라비, 한라봉을 조금씩 봉투에 담았다. 어른들께서 노상에서 판매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시장은 삶의 치열함이 강렬해 올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주기도 한다.

 

시장 본 먹거리를 차에 실어놓은 후 카페를 찾았다. 서귀포에서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잠시 보내고 싶었다. 이중섭 거리에 있는 카페 ‘메이비’로 들어갔다. 손님은 외국인 1명밖에 없었다. 맥주를 간절히 마시고 싶었지만, 아메리카노(아이스)를 주문했다. 조용했다. 실내는 꽃집과 연결돼 있어서 마치 실내가 작은 정원인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커피를 마시며 찬찬히 제주한달살이를 곱씹어 보며 어찌 보낼까 생각했다. 

 

오후 3시 넘어 기당미술관을 찾았다.

 

‘1987년 7월 개관한 기당미술관은 제주도가 고향인 재일교포사업가 기당(奇堂) 강구범 선생에 의해 건립되어 서귀포시에 기증됐으며, 전국에서 최초로 건립되어 개관한 시립미술관’이란다. 이날은 지역작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특히 ‘오병윤 화가’의 ‘해녀’란 작품이 강렬했다. 화려하고 멋진 옷차림에 오토바이에 고양이를 태운 모습이 해녀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관능미가 넘쳐난다. 제주에 젊은 해녀가 있기나 할까. 작가의 상상력과 조형미가 놀랍다. 정말 예기치 않은 보물을 횡재한 느낌이 들도록 인상적이었다. 또한, 기당미술관에서는 한라산 조망이 일품이다. 

 

근처에 외돌개가 있었다. 주차 후 '외돌개'로 내려갔다. 그림을 그리는 관광객이 보였다. 다연이 친구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분도 자주 제주에 와 그림을 그리고 또 전시도 하신단다. 달력도 제작하셨다.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했다는 간판이 지금은 어색하다. 올레길 돌 때 다시 찾을 생각으로 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가면서 휴애리 동백마을을 잠깐 방문할까 하다가 늦어 숙소로 향했다. 

 

저녁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때라 좀전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구입한 '오메기떡' 하나를 입에 물었다. 무는 순간 입안 가득 달콤함이 충만했다. 물론 허기도 있었겠지만, 몸속의 모든 촉수가 팥의 달콤함이라는 블랙홀에 빠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결국, 여섯 개 들어있는 오메기떡 한 팩을 모두 비웠다. 연두에게 전화를 걸어 오메기떡이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다고 자랑질을 했다. 숙소에 도착해 콜라비를 까먹으란다. 숙소에 도착해 콜라비를 깎아 아삭아삭 씹으니 입안 가득했던 달콤함이 조금은 가셨다.

소화도 시킬 겸 ‘표선농협 하나로마트’로 가 세탁 세제와 섬유 린스(유연제)를 구입했다. 한 달간 세탁하는데 이렇게 대용량을 구입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지만, 소용량의 제품은 매장에 없었다.       

연두에게 세탁기 사양을 톡으로 촬영해 보냈다. 전원을 누른 다음 세제와 린스를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면 세탁 시간이 뜬단다. 한 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표시되어 있다. 끝나려면 늦은 11시가 지나야했다. 첫 세탁기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킨 후 빨래를 널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11시 반이 훌쩍 넘었다.(2021.2.27.)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바람이 거센 날엔 해안가의 모래가 보이지 않게 날리니 주의를 해야 한다.
 - 일주일에 2번 이상 세탁한다. 적당량의 세제와 린스를 준비하시라. 마트에서는 대용량 세제만 판매한다.
 - 미술관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어떤 미술관은 예약자가 적으면 잔여 인원만큼 선착순으로 입장을 시키지만, 예약 후 오라며 입장을 거부하는 미술관도 있다. 
 -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오메기떡을 판매하는 상점이 몇 군데 있다. 나는 다섯 차례나 ‘제일떡집’에서만 사 먹었다. 
 - 외돌개 주차장은 유료와 무료 주차장이 동시에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