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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천 년을 품었다네

천 번 이상 백자항아리를 보면 무엇으로 보일까?

by 이류의하루 2011. 5. 17.

며칠 전 사음동 정가네에서 냉면을 먹었는데요. 시간을 쪼개 3번국도 변에 있는 김판기 갤러리를 방문했습니다. 시선을 끄는 독특한 건물 외관으로 늘 궁금했거든요.


마침 김판기 선생 내외께서는 5월 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공평동에서 열리는 김판기 백자전(달항아리) 준비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지하 작업실에 내려가 보니 가마에서 갓 탄생한 백자항아리가 따끈하게 맞이하더군요.


사실 백자는 원료의 미세한 차이가 품질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인데요.
그래서 알맞은 점성과 내화도, 색상을 갖춘 백토를 채취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나라에서 백토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데요.
특히 유리질화가 잘 촉진되고 강도가 높은 고령토는 세계적으로 양질의 품질을 자랑한다죠.


달항아리와 같이 큰 항아리를 만들 때에는 몸체를 반씩 나누어 성형해 반 건조 상태로 건조시킨 후
이어붙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균형을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하고요.


전시회를 여는 김판기 선생 내외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선생의 초창기 작품은 동적인 작품이 주류로, 눈에 보여 지는 형이나 문양에 비중을 두어
자꾸 배가 큰 형태와 칼라에 치우친 표현이 특징이었답니다.

요즘은 정적인 쪽으로 작품이 선회를 했는데요. 내면의 에너지와 스토리가 배어 있는 건강하고
긴장감 있는 작업을 많이 한답니다.


결국 ‘전통이란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모습을 지탱하는 정신이므로 그 정신을 바른
이해로 해석해 현대에 걸 맞는 참된 의미의 계승을 하는 게 시대의 정도이고 진정한 장인이다’고 하시네요.


매번 작업할 때마다 설렘과 행복이 교차한다는 김판기 선생은 ‘도자기를 빚는 일이야 말로 자연을 활용해 창조하는 예술 중에 계산적이든 우연이든 최고의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으뜸이다‘며 ’오랜 시간 가마 안에서 구워지면서 변화되는 물성은 가장 큰 기대와 염원이 충족되면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때로는 목격되기도 한다‘며 스스로도 놀랜답니다.


공평갤러리 전시회 외에 남이섬 도자 갤러리에서 두 달 간 개인상설 전시 판매전도 갖는다고 하는데
주로 단품과 소품위주의 작품을 준비 하고 있답니다.

하반기에는 대만과 중국에서 해외전시 기획전을, 9월 열리는 세계도자 비엔날레의 기획전도
틈틈이 준비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판기 선생...


개인적으로 올 한 해를 외국어와 악기 한 가지는 다룰 줄 아는 이 시대의 아티스트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참 그거 있잖아요. 백자항아리를 천 번 이상 감상하면 무엇이 보이는지요.
전 처음 봤을 때 여성의 특정부분(?)을 떠올렸는데요. 예상과 달리 김판기 선생의 반려자께서는
조선시대의 옳 곧은 선비 상이 보인다고 수줍게 귀 뜸을 해주십니다.


백자 달항아리를 제작하면서 수 없이 실패를 거듭했는데요. 다른 자기와는 달리 굽과 몸통,
입구부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몰랐었기 때문이라네요. 마치 조선의 올곧은 선비처럼
치우침이 없어야하는데 천 번 이상을 보고 빚어 본 후 그걸 터득했다니 대단하죠.


조선 선비의 곧은 정신, 백과 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김판기 선생의 (달항아리) 백자전이 기대됩니다.

전시회 개요

 ◦ 기간 : 2011.5.18.(수) ∼ 5.24.(화)
 ◦ 장소 : 종로구 공평동 공평갤러리 1층(02-3200-0071)
   ⇒ 지하철 1호선 종각 역 3-1번 출구로 나오시면 됩니다. 

김판기 선생 약력

김판기 선생은 1983년 이천에서 도자작업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 전국 도자 및 공예대전에서 60여 차례 입상했습니다. 2000년 제28회 동아공예대전에서의 대상을, 2010년 빛고을공예대전에서는 금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2008년에는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으로 지정받는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01년 「한국전통도자전초대작가전」을 시작으로, 2010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현대도자특별전」과 중국 북경 「코레오 도자전」등 국내외 각종 기획전을 20여 회 참가했습니다.

일민미술관, 강진청자박물관, 중국 자계 시 청자박물관 등 여러 학교와 박물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요장 : 경기도 이천시 사음동 425-9 김판기 갤러리
전화 : 031-631-5867, 016-9345-5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