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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10년 전 다녀왔던 베이징을 다시 가보니(1)

by 이류음주가무 2013. 10. 21.

2013.10.20. 베이징 가다.

 

지난 10월 20일부터 10월 24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렀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시장단 정상회의에 이천시가 초청받아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천시가 세계 유수의 강한 도시처럼  '민속 및 공예분야'에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조병돈 이천시장님 수행과 함께 도자기 전시품 운송의 막중한 업무, 즉 포터(짐꾼)와 포터그래퍼(사진촬영)로서 참석했다. 베이징에서 느껴던 소회를 찬찬히 풀어보고자한다.

 

이번 출장은 원래 내 담당이 아니었다. 다만 1년전에 담당했던 업무라 어떻게 가게 됐다. 생각에 따라 행운이고 아니면 불행이다. 행운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기왕 가는 출장, 기록(이미지)이나 멋지게 남겨 놓자고 거금 1백만원 이상을 들여서 캐논 24-105mm 렌즈 하나를 구입했다. 풍경사진에는 바로 이 렌즈가 제격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최대 조리개 값이 4라 실내에서 찍기는 다소 무리인듯해서 1.4, 50mm 단렌즈도 하나 챙겼다. 그러나 대부분 24-105로 담았다.

 

아침 6시 반에 시청에서 모여 도자기 두 점을 들고 출발했다.

 

회전근개증후군으로 어깨가 아프지만 내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에서 출국 절차를 모두 마치고 식사를 했다. 간단하고  다소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지하에 있었다. 그동안 출국할 때는 가격이 비싼 2층 식당을 주로 이용했었다.

 

오전 11시에 대한항공 비행기는 무리없이 이륙했고, 다행히 자리는 창가라 하늘을 담기엔 제격이었다. 다만 날이 약간 흐려 생각했던 만큼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출장이건 여행이건 비행기 내에서 밖을 바라보는 재미는 기대이상으로 흥분됐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바다가 보이고 그리고 구름과 햇빛, 푸른 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그렇게 계속 담다보니 어느 덧 북경에 도착했다. 두 시간 비행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북경은 맑지는 않았다. 오기 전 최악의 스모그 현상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해 조금은 걱정했지만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베이징 공항의 입국 절차는 간단하고 신속하게 진행됐다.

여행가방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출국장을 나오니 자원봉사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기다릴 줄은 몰랐다. 이들 모두의 명랑, 쾌활, 친절, 웃음은 베이징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베이징 공항의 소박한 분위기도 괜찮았다. 

 

대기한 차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도로는 깨끗했고, 주변도 마찬가지 였다. 종종 현대차나 기아차가 보였지만 주로 영업용이다. 아파트나 건물 모두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너저분한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소박하고 깨끗했다. 몇 년 전에 열렸던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시를 확 바꿔버렸다. 중간중간 정체와 지체를 거듭하는 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탕라호텔로 수도박물관 맞은 편에 자리잡은 5성급 호텔이다. 숙소배정을 받고, 무겁게 들고온 도자기 두 점도 본부에 제출했다. 이제 몸은 가벼워졌다. 포터 역할은 잠시 접어두고 포토그래퍼로서 매진할 차례다.

 

짐을 푼 후 회의가 열릴 수도박물관에 먼저 갔다. 숙소 맞은 편에 있어서 육교만 건너면 바로 회의장이다. 외부를 빗살무늬토기처럼 동으로 장식된 수도박물관은 강택민이 작명한 듯 그의 이름 석자와 함께 황금빛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니 빗살무늬토기 형태가 그대로 이어져 있었고, 관계자들은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회의장에서 시장님이 앉을 자리 등을 눈여겨 둔 후 지하에 있는 전시장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들고 간 도자기는 예쁘게 전시돼 있었다. 일부 도시는 그 도시의 대표적인 전시품을 전시했고, 안한 도시도 많았다. 

 

 

 

 

 

 

숙소에서 잠깐 쉰 후 여섯 시 경에 로비에 모두 모였다. 이집트 박물관에 근무하는 분이 우선 눈에 띄어 인사를 나눈 후 버스에 올랐다. 걸어서 가도 충분한 거리지만 주최측에서는 버스를 준비했다. 자원봉사자들도 동승했다.

정체되는 길을 10여분 돌아 행사장 앞에 도착했다. 등을 든 자원봉사 학생들이 안내했다. 이미 회의장엔 베이징 관계자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다른 도시에서 초청된 시장과 관계자들은 서로 인사 나누기에 바쁘다. 우리 시장님도 만찬가지다. 시장님은 vip석에, 나머지는 창의도시라고 부착된 의자에 앉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시장단 정상회의 개막식은 한 어린이의 축가, 그리고 베이징 시장과 교육부장관, 유네스코 사무총장보 등의 개막사, 환영사 등으로 이어진 후 끝났다. 분위기는 중국 만을 위한 총회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요인사 소개시 대부분 중국관계자는 상세하게 했지만 다른 초청된 도시들은 개괄적으로 언급하는 게 약간은 손님을 홀대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의 문화가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개막식 끝나고 사진촬영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역력했다. 전체가 나와 기념사진을 찍을 줄 알았는데 주요인사 몇 사람만 찍었다. 하지만 우리도 이런 분위기라고 해서 그냥 서운해 할 수만 없었다. 다른 도시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목적인 만큼 시장님과 미옥선생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이천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난 그냥 사진에 그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개막식을 마친 후 이번에는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육교 하나만 건너면 바로 호텔이다. 직장에서는 대하기 쉽지 않았던 시장님을 밖에서 근접해 모셔보니 정말 편안했다. 그런 느낌은 창사시에서 열린 회의까지 이어졌다. 호텔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식당은 물론 청결했고, 직원들은 무척 친절했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은 다양했고, 맛도 좋았다. 특유의 향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식사하면서 생맥주도 두 잔이나 따라 마셨다. 약간 싱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속으로 내일은 팩소주를 주머니에 숨겨 내려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녁을 마친 후 시장님 방에 모였다. 창의도시 시장단 정상회의의 공용어가 영어와 불어라 시장님은 영어로 연설해야 했다. 한 시간 정도 연습했다. 새벽부터 출발해서 첫날 일정을 모두 소화하느라 피곤했지만 미옥선생은 시장님 발음을 교정했고, 시장님은 미옥선생의 지적을 기꺼이 따랐다. 연습을 마치고 내 방으로 올라가 베이징에서의 하루를 되돌아 보며 정리했다.

 

잠이 올 까 하고 눕기 전부터 걱정이 왔다. 잠 덧이 있는 내 수면습관이 때론 원망스럽다. 그렇게 불면과 수면 사이를 고장난 시계처럼 오락가락 뒤척이다보니 어느덧 밖은 또 밝았고 이내 아침이 찾아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