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려리의하루991 통도사 홍매화를 보고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끝 겨울, 통도사 홍매화 앓이를 하는 사람들 참 많은데요. 만사 내려놓고 달려갔습니다. 수령 350년 됐다는 홍매화는 시집가는 봄 처녀의 부끄러운 볼처럼 이미 붉게 벙글면서 만개했습니다. 수백 년의 기나긴 세월, 해마다 그렇게 거기에서 홀로 피었을텐데요. 지난한 겨울을 보낸 홍매화는 수백년 분지 일년처럼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반깁니다. 오래된 절을 찾은 방문객의 얼굴은 꽃처럼 모두 환했습니다. 법당 안의 부처님도 틀림없이 범부처럼 조용히 미소를 짓고 계시겠지요. 매년 조급하게 서두르면서 누군가에게 대가도 없이 그리움과 미소를 기분좋게 먼저 선물하는 홍매화가 참 좋습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리움이고, 미소이고, 기쁨입니다. 아닌가요? 오늘 가만 생각해봅니다. 2014. 3. 4. 오전에 촬영했습니다. 2014. 3. 6. 비 오는 날, 오래된 절의 단청이 아름다운 이유 크고 작은 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며 단청과 단청 사이로 비 오는 날. 낙수에 주춧돌은 똑똑똑 세월만큼 둥글게 패이고, 중생의 고뇌는 산으로 갔나 마당과 법당은 적막하다. 오래된 절. 기와 아래 묵언 수행 중인 단청은 열락(悅樂)이다. 2014. 1. 30. 여주 신륵사에서...... 2014. 2. 28. [이천맛집]순간, 향토골에 뜬 달은 벗이더라..... 친구가 전화를 했다. 막걸리 한 잔 하자며 얼른 오란다. 설봉산 입구 향토골은 종종걸음으로 가긴 먼거리다. 늦은 저녁이라 바람도 차다. 서둘러 문을 여니 불콰해진 녀석들, 붉고 환한 꽃이 얼굴에 달처럼 피었다. 오가는 말과 말 사이에 웃음이라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빈번이 교차했다. 같은 말의 빈도가 점차 늘어날 때, 내가 너를 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잔이 외칠 때, 손 잡고, 어깨동무하며 일어났다. 설봉산보다 높은 곳에서 달은 친구 얼굴처럼 환하고 크게 웃고 있었다. 바로가기 이천맛집 향토골 2014. 2. 27. 소래포구의 오후 햇살은 늘 바쁘다. 1970년도 초반 폐선된 수려선,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녔던 소래포구, 지금은 오후다. 만선의 기쁨을 위해 망망대해로 흔들리며 떠났던 배는 갯벌에 정박 중, 잠을 잔다. '3월 중순이나 돼야 출항하지유'하고 느리게 귀뜸한 충청도 바지락칼국수집 주인이 만든 생선구이는 부드럽고 따듯했다. 파란 벽에 줄줄이 걸린 마른 가자미, 슈퍼 주인은 어디 갔는 지 보이지 않았다. 물 빠진 갯벌에 큰 새우가 숨었나 바닷가의 살찐 갈매기는 새우깡의 유혹에 겁없이 사람과의 사이를 제몸 크기만큼 좁힌다. 소래포구의 오후 햇살은 이때가 가장 바쁘다. 2014. 2. 22. 소래포구에서 2014. 2. 26.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녀...... 산 아래 마을에서 출발한 바람은 잔잔했고, 회색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따뜻한 날, 오전이다. 불청객에 놀란 새는 이내 조용해졌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계곡의 얼음이 녹으면서 괘종시계의 긴 초침처럼 똑똑똑, 경쾌하다. 속 깊은 대화를 나누던 모녀는 귓속말에 터진 웃음으로 발길은 더욱 가볍다. 산길은 모녀에게 행복이다. 2014. 2. 20. 붉은 동백이 花드득 떨어졌다. 붉은 동백은 기척없이 다가온 봄 기운에 놀라, 지난 밤, 아픔과 떨림의 일순간, 花드득 떨어졌다. 2014. 2. 17. [이천도자기]품어. 무얼 품어야 가슴이 뛸까..... 며칠 전 출장을 갔다오는데, 오히려 혼란스럽게 엉켜 버려 곧바로 사무실로 향하기가 싫어지더군요. 복잡한 머리도 식히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이천의 9경중 하나인 사음동에 위치한 ‘사기막골 도예촌’인데요. 수 십여 도자기 공방마다 깊고 오묘한, 때로는 가볍고 경쾌한 형태의 도자기를 전시하며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더군요. 네 시쯤에 ‘품魚’란 공방을 찾았습니다. '품다'란 말의 어미 '품'자와 물고기 '魚'자를 합성한 이름이라네요. 마침 서울에서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하는 손님이 와서 이것저것을 보며 주인장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는데요. 잠깐 틈을 내 ‘사진을 찍어도 무방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머뭇하시다가 사진을 배우고 있고, 그래서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싶다는 촬영의도를 밝혔더니, 흔쾌히 허락하시더군.. 2014. 2. 14. 눈 온 뒤의 소소한 풍경들......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는 주변에 흔하고 익숙한 풍경입니다. 다르다면 따듯한 눈이 지난 밤과 시린 새벽 사이에 적당히 내렸다는 장엄한 사실입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 누구나 꿈꾸고 희망하는 세상. 다시 빛으로 물들며 또 변하겠지요. 이미 변했습니다. 2014. 2. 12. 생강나무가 톡톡톡...... 원적산 아래 걷기 좋은 길 따듯한 봄 눈이 능선 너머로 분분히 내려오는데 생강나무 꽃봉오리는 조근조근 톡톡톡...... 2014. 2. 8. 원적선 아래에서 2014. 2. 9. 어느 오일장 풍경...... 동해 북평5일장 풍경입니다. 3, 8일 장으로 일반잡화는 물론 해산물까지 다양하더군요. 맛 있는 국수나 전 등 먹을거리도 값싸고, 다양하면서도 제법입니다.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조금은 복잡하지만 흥겨운 풍경을 구경하고 순박한 전통장의 인심과 정을 느끼려면 그만한 불편쯤이야 감내해야 하겠지요.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를 장터에서 만나고, 막걸리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흥겹고 떠들석한 대화가 손님과 즐겁게 밀당을 하는 흥정 속에 묻히더라도, 과한 술에 잠시 전봇대에 몸을 기대어도, 아니 좁은 의자에 앉아 위태위태하게 졸더라도 오늘은 용서와 관용으로 웃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조금씩 판이 접어지고 하나 둘 빠져나가더러도 산나물이 풍성한 봄은 곧 다가옵니다. 2014. 2. 8. 삶이란...... 2014. 1. 25. 여주 능서...... 2014. 2. 6. 소원지에 적은 내용이...... 2014. 1. 30. 여주 신륵사에서 2014. 2. 5. 사랑은 푸른 바다조차 붉게 만든다. 붉은 태양이 거대하게 떠오를 때 심장은 터질 듯 울렁거렸다. 그때 바다는 숨 죽이며 빛을 품었다. 격하게 포웅한 탓인가 바다는 검붉게 멍들었다. 사랑은 푸른 바다조차 붉게 만든다. 2014.1.18. 추암해변 일출..... 2014. 1. 30. 눈 덮인 동백꽃이 아니어도 아름답다. 간밤부터 소리 없이 눈이 내렸습니다. 큰 도로는 진흙 같은 눈으로 질퍽거리고, 좁은 골목길, 푸짐한 순백의 눈이 어린 색시의 볼처럼 정말 곱습니다. 찬 바람의 고통과 시련을 비켜 온실에서 피고진 동백은 여리고 여린 아름다움입니다. 눈 덮인 동백이라면 동백이 그 아래 핏빛으로 물들며 피었다면 거칠지만 인고의 긴 세월을 보낸 수도자의 깊고 푸른 주름처럼 조용하지만 시퍼렇게 빛났겠지요. 동백은 그래도 동백입니다. 2014.1.19. 여주 황학산수목원 온실에서..... 2014. 1. 20. 주문진항은 바쁘고 유쾌하다. 항구는 언제나 바쁘다. 귀항한 배가 만선이건 아니건 파도에 출렁이는 건 마찬가지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취객의 큰 소리도 낮게 비행하는 갈매기의 울음도 바닷가에서는 모두 흥겨운 노래다. 싱싱하고 힘센 바닷물고기가 마음씨 착하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손에 잡혀 펄떡이며 물을 튀기던, 피와 살점을 떨어져 나가던 여기서는 축제다. 항구는 언제나 유쾌하다. 2014. 1. 11.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67 다음 728x90